다양하게 즐기다

건강처방전

기도 좁아지며 결국 사망까지…

흔하지만 치명적인 ‘만성폐쇄성폐질환’
<COPD>

A A A

폐 질환 하면 ‘폐암’부터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 훨씬 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지난해에만 국내 약 17만 명이 COPD 진단을 받았다.

이해나(헬스조선 의학전문기자) – 참고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자료

기도 좁아지면서 숨 쉬기 힘들어져
COPD는 한마디로 기도와 기관지에 만성 염증이 생기며 기도가 좁아지는 병이다. 결과적으로 숨을 내쉬기 힘들어진다. 이렇게 숨을 제대로 내쉬지 못하면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폐 안에 쌓인다. 이로 인해 폐 곳곳에 못 쓰는 공간이 늘어나고, 숨을 들이마실 공간까지 부족해진다. 결국 폐가 점점 커져 숨 쉬는 능력 자체가 감소한다.
따라서 COPD 환자는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들이마시기 힘들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운동을 하는 등 몸을 바쁘게 움직일 때만 호흡곤란이 생긴다.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평소에도 숨 쉬기가 어렵다. 심장에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몸이 붓기도 한다. 가만히 있어도 숨을 쉬기 어려운 말기가 되면 보통 1~2년 내 사망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다.

‘흡연’이 주된 원인, 미세먼지도 영향
COPD는 독성 물질이 공기 중에 섞여 기관지로 들어와 생긴다. 흡연이 주된 원인이다. 흔히 흡연은 폐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폐암보다 COPD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폐암의 경우 흡연이 간접적으로 질환 위험을 높이는 반면, COPD의 경우 직접적으로 질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국내 COPD 환자는 남성이 70.1%로 여성의 2.3배 정도다. 남성의 높은 흡연율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다른 위험 요인은 미세먼지와 황사다. 황사가 발생하면 호흡으로 흡입되는 먼지의 농도가 평소의 3배로 증가한다. COPD 환자라면 더욱 취약할 수 있다. 실제 황사와 미세먼지가 증가하면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3.4%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COPD 의심된다면 ‘6분 걷기’ 해봐야
혈압이나 혈당은 집에서도 쉽게 잴 수 있지만, 폐활량 검사는 집에서 하기 어렵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폐활량은 혈압이나 혈당처럼 변동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매일 혹은 매달 검사를 할 필요가 없다. 반년에 한 번, 적어도 1년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특히 천식 환자 등 기관지가 안 좋은 사람이거나, 흡연자라면 최소한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엑스레이나 폐 기능 검사, 저선량 CT를 찍어서 COPD 단계에 돌입했는지, 폐암이 발생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매년 한 번씩 ‘6분 걷기’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6분 걷기는 실제 병원에서도 환자의 COPD를 진단할 때 쓰는 방법이다. 6분 동안 걸을 수 있는 최대한의 거리를 걷고, 그 거리를 재면 된다. 55세의 6분 운동 거리는 500미터, 75세의 6분 운동 거리는 400미터 정도다. 그 이하라면 COPD를 의심할 수 있다. 또한, 매년 기록을 측정하면서 전년도보다 30미터 이상 거리가 줄어들어도 COPD를 의심한다. COPD가 아니더라도 이렇게까지 급격히 체력이 나빠졌다면 심장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COPD ‘왜’ 무서운 질병인가?
폐 기능이 50% 이상 손실되기 전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조기 진단이 어렵다. 일단 증상이 나타나면 급속히 악화되고 어떠한 약물 치료도 폐 기능을 회복시킬 수 없다. 중증이 되면 24시간 지속적인 ‘산소요법’만이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COPD 주요 증상 3가지
호흡곤란 환자들은 ‘숨차다’, ‘숨쉬기 힘들다’, ‘숨쉬기 답답하다’, ‘숨을 헐떡인다’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한다. ② 기침 기침은 처음에는 가끔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매일 나타나며, 때로는 하루 종일 지속되기도 한다. 다만, 일부 환자는 폐 기능이 상당히 떨어졌음에도 기침 증상이 없을 수 있다. ③ 가래 기침 후 소량의 끈끈한 가래가 동반된다.
(출처: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COPD가 비교적 덜 알려진 이유는?
COPD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폐활량을 측정하는 폐기능검사가 필수다. 하지만 이 검사를 받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혈압이나 혈당 검사를 흔히 받는 것과 반대다. 국내 COPD 환자 중 폐기능검사를 받은 환자는 37%에 그치는 것으로 보고된다. 나머지는 숨을 쉬기가 어려워진 이후에야 병원을 찾는다.

운동은 과격한 것보다
빠르게 걷기 정도의
운동을 하루에 30분~1시간,
1주일에 3~4번 하는 게 좋다.

‘흡입하는 약’으로 주로 치료
COPD는 주로 약물로 치료한다. 다만, 먹는 약이 아니라 흡입하는 약을 쓴다는 점이 특별하다. 약을 흡입하면 좁아진 기관지가 확장된다. 10년 전만 해도 금연을 제외하곤 뚜렷한 치료법이 없었으나, 최근 좋은 치료제가 많이 나왔다. 약만 처방받았다고 안심해선 안 된다. 약만큼 중요한 것은 금연과 예방접종이다. 독감 예방접종, 폐렴 예방접종을 필수로 받아야 한다. 단순 감기조차 COPD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반드시 금연하고, 유산소 운동 필수
COPD 환자들은 금연이 필수다. COPD의 예방과 진행을 감소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금연이기 때문이다. 유산소 운동도 중요하다. 힘들더라도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해야 한다. 그냥 숨쉬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마스크로 호흡기를 덮고 숨을 쉬려 하니 기도가 더 좁아져 외출 자체를 하지 않고, 운동도 하지않는 경향이 있는데, 경증이나 중증 COPD 환자라면 마스크를 쓰고도 유산소 운동을 해야 한다. 운동은 과격한 것보다 빠르게 걷기 정도의 운동을 하루에 30분~1시간, 1주일에 3~4번 하는 게 좋다.

신선한 과일 섭취하고, 탄수화물 줄여야
COPD 환자는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단, 탄수화물(국수, 빵, 떡, 감자, 옥수수 등)은 소화되면서 몸 안에 이산화탄소를 생성하기 때문에 줄이는 게 도움이 된다. 또한 식사할 때 숨이 차거나 피곤을 느낀다면 식사하기 전에 충분히 휴식 시간을 갖는다.조금만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 들거나, 배에 가스 찬 느낌이 든다면 가스를 많이 만드는 음식(김치, 우유, 사과, 양배추) 섭취를 피한다. 식사 중에 물이나 음료수는 가급적 마시지 않는다.
폐 기능을 강화하는 식품을 챙겨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폐 기능 강화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식품은 ‘브로콜리’다. 브로콜리는 설포라판이라는 유황화합물을 함유하고 있다. 이 성분은 폐에 붙어 있는 세균이나 담배 찌꺼기 같은 유해물질을 씻어 내 폐를 깨끗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토마토나 수박 등에 들어 있는 붉은색 색소인 리코펜을 섭취하는 것도 COPD 환자에게 좋다. 우리 몸에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을 하는 리코펜은 체내의 유해산소를 감소시켜 폐 손상을 억제하고, 폐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토마토는 특히 올리브오일에 버무리거나 볶아 먹으면체내 흡수율이 높아져 폐 기능 강화 효과를 볼 수 있다.

COPD 환자를 위한 <호흡법>

복식 호흡
COPD 환자는 기도 폐쇄와 흉곽의 변형이 있어서 정상인과 달리 복식 호흡을 하는 것이 편하다. 복식 호흡 훈련을 평소에 해 놓으면 갑자기 호흡곤란이 심하거나 그에 따른 불안이 있을 때 도움이 된다.
① 윗가슴에 한 손을 올려놓고 나머지 한 손은 허리 바로 위의 배에 올려놓는다.
② 코로 천천히 숨을 들이 마시며 배 위에 있는 손이 움직이는 것을 느낀다. 이때 가슴 위의 손은 움직이면 안 된다.
③ 복부 근육을 수축하면서 오므린 입술을 통해서 천천히 내쉬며 배 위의 손으로 복부에 압력을 가한다. 하루에 3번 이상, 한 번에 20회씩 한다.

휘파람 호흡법
숨을 내쉴 때 입술 모양을 지갑과 같이 반쯤 닫힌 상태를 유지해 숨을 내쉬는 것이다. 호흡 시간을 연장시키고 기도 압력을 증가시킴으로써 기관지가 완전히 폐쇄되는 것을 막고 호흡곤란을 약화시킨다.

COPD 환자를 위한 <긴장 완화법>

불안을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숨이 차거나 불안감을 느낄 때 시행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조용한 장소를 찾아 편안한 자세로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좋았던 때를 회상하는 방법이 가장 시행하기 쉽고 효과적이다. 긴장 완화법의 최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매일 식사 후 적어도 2시간이 지난 후에 실시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