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아래 똑같은 인형은 없다
인형에 몰두하는 기쁨

세상 아래 똑같은 인형은 없다
인형에 몰두하는 기쁨

현풍새마을금고 김밤비 상무

김밤비 상무

대구 현풍새마을금고의 김밤비 상무는 이 지역의 ‘찐’ 스타이다. 개성 강한 외모 덕분에 유명한 건가 싶지만, ‘찐’ 스타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데에는 공중파 방송에 세 차례나 나와서이다. 1996년에 현풍새마을금고에 입사해 27년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녀를 방송국에서 궁금해했던 건 무엇 때문일까? 그 답은 인형이 갖고 있다.

___이미혜
사진___송인혁

MG STAR

DEAR MY DOLL

인형들

세 남매가 함께라
의미 있는 취미생활
취미로 인형을 만드는 MG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풍새마을금고로 김밤비 상무를 만나러 갔다. ‘김밤비’라는 명패를 보고, 그녀와 시선을 맞추니, 왜 그녀가 인형을 취미로 삼았는지 알 것만 같다. 구불구불한 밝은 색의 머리에 진한 눈매, 발그레한 볼과 가녀린 몸을 지닌 그녀 자체가 하나의 인형처럼 보였다.
"인형을 좋아하는 마음이 표출되나 봐요.(웃음) 처음 인형 만들기를 시작한 건 언니 때문이었어요. 언니가 원래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했는데, 건강 문제로 그만두자 그 재주를 인형에 쏟더라고요. 얼굴이랑 머리는 예쁘게 꾸미면서 옷은 만들지 못하길래 도와주다가 저도 인형에 빠졌답니다. 왜소한 체구 때문에 옷을 줄여 입으려고 미싱을 배웠어요. 고등학생 때부터는 제가 원하는 옷을 만들어 입기도 했고요. 그 실력을 인형에 발휘한 거죠.”
그렇게 자매는 취미를 함께하기 시작했다. 언니가 인형을 단장해 얼굴과 머리를 꾸미면 김밤비 상무가 얼굴에 어울리는 옷을 만들어 입히고, 각종 액세서리로 꾸며 완성한다. 작은 인형이라고 해도 옷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 옷을 만드는 것만큼의 에너지와 정성이 필요했다. 다양한 스타일링을 위해서 중세 드레스부터 최신 걸그룹 의상까지 조사해 공부하고, 디자인했다. 김밤비 상무가 옷을 만들어 입힌 인형만 500개라고. 자매가 5년 넘게 한 취미를 즐기다 보니, 그녀의 집은 인형 천 개가 넘는 ‘인형의 집’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인형이 주는 즐거움에 행복하다. 방 하나를 작업실로 꾸며 자매가 마주 앉아 수다를 떨며, 여가를 즐긴다. 남동생은 인형 옷장과 신발장·수납장·작업실 조명까지 만들어 두 누나의 취미를 응원했다. 이 인형의 나라는 삼 남매의 합작품인 셈이다.

김밤비 상무의 침실에는 애착이 가는 인형들만 엄선해 진열했다.

김밤비 상무의 침실에는 애착이 가는 인형들만 엄선해 진열했다.

인형에 개성을 더하는 의상을 만들 때 가장 행복을 느낀다.

인형에 개성을 더하는 의상을 만들 때 가장 행복을 느낀다.

대리만족의 즐거움,
그녀를 발전시키다
이토록 인형에 푹 빠진 건 어린 시절, 형편이 여의찮아 장난감 인형은 꿈도 꾸지 못했던 것도 이유였다. 김밤비 상무 역시 인형 만들기의 매력은 대리만족의 즐거움에 있다고 말했다. 인형은 신체조건과 현실 때문에 시도하기 어려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인형은 나의 추억과 이상을 지켜주는 존재에요. 가장 아끼는 인형이 언니한테 처음 선물 받은 건데, 첫 인형이라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의 20대 모습과 갖고 싶은 것을 함께 표현해보기로 했지요. 직접 만들어 입었던 미니스커트에 부풀린 소매의 꽃무늬 블라우스, 풍성한 긴 머리까지. 인형은 도전 의식과 힐링의 기쁨을 선물합니다.”
인형을 향한 그녀의 사랑은 집안 인테리어에서도 느껴진다. 페인트부터 몰딩, 타일 교체까지 모두 그녀 손을 거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인형을 만들면서 화학약품을 자주 만지고, 미싱을 자주 써야 하는 탓에 그녀의 손은 언제나 상처 투성에 까칠하다. 손바닥보다 작은 인형 옷의 디테일을 살려 만드는 과정이 가장 까다롭지만, 이것 또한 과정이라 여기고 수없이 반복해 연습한다. 그녀가 실력을 쌓아 만들어보고 싶은 인형은 대례복을 입은 조선시대 세자와 세자빈이다. 우아함과 고풍스러움을 잘 살린 한복을 완성하는 것이 그녀가 꼭 성공시키고 싶은 계획이다. 최근에는 언니와 만든 인형의 일부를 정리해 한 번씩 보육시설에 기부하는 것도 구상 중이다.
"형제가 많아서 아버지에게 인형을 사달라고 얘기조차 꺼낼 수 없었는데,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인형을 선물해줬다면 얼마나 기뻤을지 생각해봤어요. 우리 자매의 정성과 즐거움을 담은 거라 가치 있게 나누고 싶습니다. 조만간 꼭 행동으로 옮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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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가 많아서 아버지에게 인형을 사달라고 얘기조차 꺼낼 수 없었는데, 그때 누군가가 나에게 인형을 선물해줬다면 얼마나 기뻤을지 생각해봤어요. 우리 자매의 정성과 즐거움을 담은 거라 가치 있게 나누고 싶습니다.

모자

MG STAR

일도 취미도 똑소리 나게
김밤비 상무는 정감 넘치는 지역 분위기가 좋아 27년째 대구 현풍새마을금고를 지키고 있다. 경력과 연륜으로 법인세부터 세금, 결산, 회계, 예산안, 경영정보평가 등 까다로운 업무를 모두 소화해내고 있다. 그녀는 농촌지역 금고이고, 직원이 많지 않아 여러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쌓인 것뿐이라고 겸손함을 보였으나, 황태근 이사장은 그녀가 대구 시내 금고들도 인정할 만큼 능력이 탁월하다고 자랑한다.
"김밤비 상무는 출신 고등학교에서 자랑스러운 선배 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시내 금고에서 업무에 관해 조언을 구할 만큼 능력이 뛰어난 인재입니다. 뛰어난 손재주로 방송 출연한 덕분에 우리 금고도 지역에서 화제가 됐고요. 함께 일한 세월이 길어 이제는 가족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새해에는 건강관리에 더 신경 썼으면 좋겠습니다!”
그녀는 출근해서는 현풍새마을금고인으로 성실히, 최선을 다해 일한다. 퇴근하고 나면 인형과 평화로운 시간을 가지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워라밸을 추구하는 시대, 김밤비 상무의 일과 삶은 저울처럼 양쪽 모두 ‘밸런스’를 이루고 있는듯하다.

김밤비 상무의 손재주도 현풍새마을금고의 자랑이다.

김밤비 상무의 손재주도 현풍새마을금고의 자랑이다.

대구 시내 금고들도 인정할 만큼 업무 능력도 탁월한 김밤비 상무

대구 시내 금고들도 인정할 만큼 업무 능력도 탁월한 김밤비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