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 울주 바라기

2022년 새마을금고 ESG 총결산

올해도 다사다난했지만 감히 말하고 싶다.
"모두 잘 참고, 잘 사셨어요”라고. 우리가 견딜 수 있는 것은
삶의 기쁨을 아주 작은 것에서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특별한 재능일 것이다.

___정상미
사진___이효태

간절곶 해맞이에서
호카곶 해넘이까지

모두가 고개를 처박고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지만 나는 안다. 그들이 얼마나 뜨거운 심장을 지녔는지. 월요일에는 주말을 기다리고, 주말에는 허송세월한 시간을 아까워하며 올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하지 않은 일은 끝내 내 것이 될 수 없고, 말하지 않은 소망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불을 박차고 나와, 고개를 당당히 들고서 지평선을 물들이는 저 해를 맞이하라.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그대의 자리, 그대의 옆 사람, 그대의 물건. 모두 스스로 선택해서 취한 것임을. 저절로 이뤄지는 일은 하나도 없으니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간절곶, 대륙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이곳의 의미는 참으로 크다. ‘곶’이란 삼면은 바다, 육지에서 뾰족하게 튀어나온 곳을 가리킨다. 뾰족하게 튀어나왔다고 하지만 막상 이곳에 서면 드넓은 바다 앞에 작은 존재로서의 나만 있을 뿐이다.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는 장엄한 문구가 새겨진 돌탑을 뒤에 두고 푸르고 광활한 바다 앞에 선다. 수평선 가까이 부지런한 어민들이 띄운 배가 수면 위에서 찰랑인다. 핑크빛으로 차곡차곡 물들어가는 하늘에 구름이 서서히 비켜나자 시뻘건 태양이 푸른 바다와 대비되며 똑똑한 제 모양을 드러냈다. 잊지 못할 한순간이다. 돌이켜보면 날이 흐리든, 맑든, 찬바람이 불든, 이른 아침 해맞이를 하러 온 사람들은 항상 있었다. 혼자서, 때론 둘이서, 삼삼오오. 손을 마주 잡고 발을 동동 구르며 떠오르는 해를 모두가 기다린다. 어제와 같은 그 해를 왜? 그건 새삼스러워서일지 모른다. 토하듯 분출하는 생명력이 내가 잠들어 있던 그 새벽에 늘 피어 있었음을 깨닫는 것이다.

01, 03 1916년 개설된 남창옹기종기시장. 3,8일 장날에 맞춰 가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시장 구경을 할 수 있다
02, 04 명선도로 향하는 바닷길을 안내해주던 물새, 가까이 명선교도 바라보인다

간절곶공원에 자리한 높이 15M 풍차

대송항 방파제에 자리한 빨간색 프러포즈 등대

새해를 앞두고 간절곶을 찾는 인파는 늘어날 것이 틀림없다. 올 한 해도 다사다난했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간절한 소망을 저 해에 걸 것인가. 나는 그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뤄질 것이라 확신한다. 그것이 1월 1일의 해가 아니더라도! 스마트폰에 고개를 묻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그러니 역동하는 생명력을 쫓아 무거운 이불을 박차고 나온 그 한 걸음이 귀하다.
간절곶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을 넘어 유라시아(유럽+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다. 그러니 ‘간절곶에 해가 떠야 유라시아에 아침이 온다’는 말도 틀리지 않는다.
간절곶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해가 마지막까지 머무르는 곳은 포르투갈 신트라시 호카곶이다. 지난 2017년 울주군과 신트라시는 이를 기념하며 ‘협력 및 우호교류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호카곶의 상징물을 본뜬 ‘카보 다 호카(Cabo da Roca_여기,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된다)’를 간절곶에서 만날 수 있는 이유다. 199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카곶은 세계적인 해넘이 장소로 유명하다. 푸른 바다와 대조되는 형형한 붉은 해를 바라보며, 세계의 많은 사람이 간절곶에서 호카곶에 닿는 루트를 소원하길, 반질반질 윤이 나도록 걸음하길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