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금융 활성화,
금융협동조합에 답이 있다

울산 농소새마을금고

우리나라는 은행들의 자금공급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지역에 자금이 충분히 공급되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예금은행의 경우 2022년 9월 말 기준 원화 대출의 67%를 수도권에 공급하고 있다. 지역에서 유입된 예금이 지역 내에서 선순환되어 지역 거주자의 후생을 증대시키고 지역경제 성장을 견인해야 하나 오히려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는 일반은행의 지배구조 특성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___MG금융디지털연구소 이시은 선임연구원 CFA(공인재무분석사), AICPA(미국 공인회계사)

일반은행과 다른 금융협동조합의
역삼각형 지배구조
일반은행들은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려 한다. 이에 따라 KB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전환 추진과 함께 점포를 꾸준히 축소하는 추세다. 2015년 말 3,924개였던 점포 수가 2022년 9월 말에는 2,891개로 1,000개 이상 줄어들었다. 이는 인구가 적은 지방의 거주자나 고령층의 금융 이용 편의성을 크게 하락시켰다. 특히 예·적금 업무보다 점포를 찾아가 대면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은 대출 부문에서의 금융 접근성은 더 크게 훼손됐다. 그러나 금융협동조합은 대주주 중심의 일반은행과 다르다. 금융협동조합은 역삼각형 모양의 지배구조로 되어 있다. 수많은 개인이 소액으로도 출자가 가능하여 출자자로서 개별 조합을 소유하고 있으며, 조합들이 출자하여 중앙회와 중앙회의 자회사들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지분율에 비례하여 의결권을 갖는 일반은행 주주들과 달리 금융협동조합의 출자자들은 출자 좌수와 무관하게 정기총회에서 1인당 1개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래서 금융협동조합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조합원들의 이익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지역과 동반성장 하는
금융협동조합
금융협동조합은 지역주민과 지역경제를 지원하는 지역 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수행하기에 각 협동조합 그룹 내에서 다른 협동조합과 경쟁하지 않고 협력할 수 있는 것이다. 금융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운영되고, 협동조합에서 발생한 이익이 지역 안에서 선순환하여 지역주민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지역경제를 지탱시킨다. 협동조합과 지역이 동반성장 하는 구조다. 우리나라 금융지주사의 경우 대부분 외국인 주주 비중이 절반을 초과하고 있어 배당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점과 비교한다면 대조적이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은행들과 달리 금융협동조합은 지역 기반으로 고객 접점을 보유하여 지역의 금융 수요에 부응한다. 새마을금고의 점포는 2015년 말 3,196개에서 2022년 말 3,261개로 65개가 증가하였다. 4대 은행이 비슷한 기간 동안 1,000개 이상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합산 점포 수보다 많은 점포를 보유하여 규모가 작은 지역에서도 고객 접점을 보유하고 있다.

지역금융 활성화를 위한
협동조합의 역할
협동조합은 금융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자금수요를 충족함으로써 지역 금융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 간 발생하는 자금 과부족에 대해 중앙회가 조달과 운용의 간극을 메우는 데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자금 수요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중앙회가 다른 금융기관, 혹은 유럽의 금융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자체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면 조합에 부족한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여 다른 조합에 중개하는 등 유동성 관리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금고와 중앙회가 함께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지역 주도의 국가 균형발전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협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며, 금융규제 혁신 등이 병행된다면 금융협동조합이 그 역할을 더욱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협동조합의 역사가 길고 발달한 유럽의 금융협동조합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